영천시가 조선 중기의 의병 활동과 학문적 전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훈지수양선생유품’을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했다. 이번 예고는 시민 기증 유물을 바탕으로 지역 정체성을 되살리는 영천시립박물관의 문화 자산 확보 성과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훈지수양선생유품은 지난해 4월 지수종가 차손인 정철섭 씨가 영천시에 일괄 기증한 자료로 조선 중기 영천 출신 학자 훈수 정만양(16641730)과 지수 정규양(16671732) 형제의 삶과 사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주요 유물로는 1728년 무신난 당시의 의병 창의 기록인 ‘황원(무신)창의록’, 지수선생의 일기 ‘무신일록’, 포상 요청서인 ‘포훈진정 소지’, 의병 인물 명단인 ‘창의성휘록’, 정호인 선생 묘지석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사료는 조선 후기 의병사, 지역 인물사, 학문사 연구에 있어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훈지·수양 형제는 관직을 사양하고 보현산 자락에 거처하며 평생 학문에 전념하고 후학을 양성했다. 특히, 형제간의 깊은 우애를 자손에게도 이어가도록 유언했을 만큼 도학적 삶을 실천한 인물로 영천 지역 선비문화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영천시는 시립박물관 건립을 앞두고 2022년부터 시민 기증 유물 확보에 박차를 가해왔다. 박물관건립추진T/F팀 출범 이후 현재까지 총 5,026점의 유물이 22명의 시민으로부터 기증·기탁되며 기증 문화가 지역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특히, 지난 1월 ‘송남문집 목판’이 영천시 최초의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데 이어 이번 ‘훈지수양선생유품’까지 잇따른 성과를 보이며 기증 유물이 지역 역사문화 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내년 3월 준공을 앞둔 영천시립박물관 1층에는 기증 유물 상설 전시 공간인 ‘나눔의 보배고’가 마련될 예정이다. 이 공간은 기증자들의 뜻을 기리고 시민 중심의 박물관 운영이라는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또 로비에는 기증자 명패가 설치되며 기증 유물을 주제로 한 특별전과 도록 발간도 예정돼 있다.
영천시 관계자는 “아직 개관 전임에도 불구하고 수천 점의 유물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모였다”며 “시립박물관 전시에 어떤 유물을 선보일지 선별하는 데만도 수개월이 걸릴 만큼 기쁜 고민을 하고 있다. 귀중한 유산을 아낌없이 내어주신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시민의 손으로 모아진 유물이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지금, 영천시립박물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시민과 함께 만드는 박물관’으로서의 위상을 점점 공고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