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가 사그라진 9월의 끝자락, 가을이 천천히 땅을 적시는 시간. 바람은 가볍고 하늘은 높으며 하늘거리는 억새와 부드러운 달빛이 어우러지는 저녁.그 낭만의 순간, 영천시 우로지생태공원에서는 시의 향기를 머금은 ‘시낭송 콘서트’가 시민들의 마음을 물들였다. 지난 21일 오후 6시 30분, 영천시낭송협회(회장 손아영)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자연과 시, 음악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하나의 작은 축제였다. 잔잔한 물가와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스며든 목소리들. 그것은 단지 낭송이 아니었고, 한 편의 시 자체였다. 시가 숨 쉬는 곳에서, 마음이 쉼을 얻었다 행사의 시작은 손아영 회장의 따뜻한 인사말로 열렸다. “바쁜 일상 속에서 ‘숨’과 ‘쉼’을 통해 마음을 정화하는 시 향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는 그의 말처럼, 이날의 무대는 단순한 공연장이 아닌 시의 밭이었고 영혼이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그늘이었다.1부 음악으로 열리는 시의 문초가을의 선선한 바람을 닮은 정문기 씨의 색소폰 연주가 공원의 공간을 채우며 콘서트의 문을 열었다. 이어 이용우 씨의 통기타와 하모니카 연주는 흙내음과 풀벌레 소리에 스며들며 마치 오래된 시집 한 권을 조용히 펼쳐보는 듯한 정서를 자아냈다.2부 낭송의 시간, 마음이 말을 걸다시인이 그려낸 세계를 낭송인은 목소리로 짓는다. 2부에서는 손아영, 정수정, 박윤희 회원이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배경 음악과 함께 낭송하며 별빛 가득한 기억의 강가로 청중들을 이끌었다. 그 낭랑한 음성은 마치 멀리 떠나간 누군가의 목소리를 다시 불러오는 듯, 가슴 한 켠을 저릿하게 적셨다. 뒤이어 낭송된 안도현의 ‘가을엽서’ 나태주의 ‘바람이 붑니다’는 계절의 결을 섬세하게 어루만졌다. 시는 바람이 되고, 그 바람은 사람들의 귓가를 맴돌다 마음속 깊은 곳으로 스며들었다.새로운 목소리, 신선한 감성올해 처음 입회한 신입 회원들의 낭송은 새순처럼 싱그러운 감동을 전했다. 김숙희 회원은 정현종의 ‘사람은 풍경으로 피어나’를, 윤주영 회원은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를 담담하고도 떨림 없는 목소리로 전하며 가을이 간직한 온기를 노래했다. 또, 김미희 회원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황지우)’, 김광자 회원의 ‘어머니의 편지(문정희)’ 낭송은 시간의 무게와 삶의 깊이를 그대로 전하며 청중의 눈시울을 적셨다. 특히 사회를 맡은 백경희 회원은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전체 흐름을 아우르며 도종환의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를 낭송해 일상 속 짧은 시간이 가지는 의미와 인생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되새기게 했다. 음악과 함께한 마음의 쉼표시낭송 사이사이에는 감성을 더욱 깊게 만드는 연주가 이어졌다. 정수정 회원의 오카리나 선율은 맑고 투명하게 가을 하늘을 닮았고, 김창덕 회원의 대금 연주는 고요하고 묵직하게 울려 퍼지며 각박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한 자락의 평온을 안겨주었다. 가을, 시, 그리고 사람이날 우로지생태공원은 단지 자연 속의 공원이 아닌 시가 머무는 풍경이 됐다. 누군가는 눈을 감고 시의 흐름에 귀를 기울였고 누군가는 가만히 손을 모은 채 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다. 시민과 낭송인이 함께 만들어낸 이 가을밤의 무대는 계절이 지나도 쉽게 잊히지 않을 풍경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영천시낭송협회는 앞으로도 시와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문화의 향기를 더욱 널리 퍼뜨릴 계획이다. 그 향기는 바람을 타고 이 가을을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닿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종편집: 2026-10-30 20: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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