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의 공원은 대체로 고요하고 어둡다. 잎을 모두 떨군 나무와 차가운 공기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집 안으로 돌려보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경북 영천시 망정동에 위치한 망정우로지공원은 올겨울, 그 고정관념을 부드러운 빛으로 깨뜨리고 있다.공원 산책로를 따라 늘어선 왕벚나무에 스트링라이트 형태의 경관조명이 설치되며 망정우로지공원은 ‘겨울에도 걷고 싶은 밤의 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낮에는 담담한 산책길이었던 공간이 밤이 되면 마치 별빛이 내려앉은 듯한 풍경으로 변신한다.
왕벚나무 사이로 흐르는 빛의 산책길조명이 설치된 구간은 망정우로지공원 산책로의 핵심 동선이다. 봄이면 벚꽃 터널로 사랑받는 이 길은 겨울에는 나뭇가지 사이로 촘촘히 이어진 스트링라이트 덕분에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잎이 없는 왕벚나무의 실루엣을 따라 흐르는 빛은 과하지 않게 은은하고 천천히 걷는 보행자의 속도에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사진 촬영을 위한 인위적인 조형물이 아닌 걷는 행위 그 자체가 여행이 되는 공간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낮과 밤을 잇는 ‘보온재 경관 연출’조명이 설치되지 않은 왕벚나무 구간에는 포인트 수목보온재가 적용됐다. 겨울철 저온으로부터 수목을 보호하기 위한 기능적인 장치이지만 디자인을 고려해 낮에는 정돈된 경관 요소로 밤에는 조명과 어우러지는 차분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산책로 전 구간이 단절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야간 동선을 형성한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어디까지 걸어도 안전하고 편안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크리스마스·연말, 영천의 새로운 야간 여행 코스이번 경관조명 조성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겨냥해 기획됐다. 가족 단위 방문객은 물론, 연인들의 야간 산책 코스로도 주목받고 있다. 화려한 축제형 조명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 점이 도심 속 힐링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배가시킨다.특히 공원 인근에는 카페와 음식점, 소규모 상권이 형성돼 있어 산책 후 자연스럽게 지역 상권으로 이동하는 동선이 만들어진다. 겨울철 관광 비수기를 극복하기 위한 생활형 관광 콘텐츠로서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겨울에도 머물고 싶은 공원으로”시 관계자는 “이번 왕벚나무 경관조명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겨울철에도 시민과 여행객이 공원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며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가진 공원 연출을 통해 지역 관광과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한다”고 밝혔다.망정우로지공원은 사계절 이용 가능한 수변 산책로와 휴식 공간을 갖춘 도심형 공원이다. 이번 조명 설치를 계기로 ‘밤에도 머물 수 있는 공원’, ‘겨울에도 걷고 싶은 여행지’로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