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로부터 단절을 꿈꾸었다. 내가 가진 세상을 은밀하게 아무 제약도 받지 않고 자신의 공간을 즐길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긴장하고 의식했던 한 귀퉁이에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것에 대한 시작은 집이다. 야트막한 공간 안에서 도약을 위해 옥상을 만들고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을 들여놓았을 때, 지상과 허공의 약속으로 느껴졌다. 계단난간을 붉은색으로 칠하고 뜨겁고도 농밀한 상승을 한걸음씩 옮겨 이야깃거리로 만들었다. 무슨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경계의 담장으로 높였다. 그리고 집안에서 충동과 욕구를 부딪쳐 영역표시에 들어갔다. 곳곳에 감지되는 영향력을 확인하듯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자유롭다. 그 외침은 참으로 중요하여 자신을 기꺼이 보듬는 도구로 사용하기도 했다. 자유가 가지는 응집력이 고스란히 안에서 둥지를 틀 즈음,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대문 안에서 자유는 일말의 위기감을 느끼게 했다. 패배자처럼 웅크렸고 기름처럼 물위를 떠돌아 다녔다. 구속의 뇌관을 건드리며 살아온 셈이다. 집안의 공기와 집밖의 공기의 차는 확연하여 십 센티 대문 두께에서 갈라졌다. 여전히 집안을 동경했다. 내 선택과 입장과 날카로움을, 깊고 넓은 내성으로 충격을 완화해주던 고즈넉한 시간을 제공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말인데 돌아서고 싶지만 내외적으로 큰 변화를 준건 역시 외로움이다. 열린 대문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햇살이 숨 막히도록 영롱하게 빛났다. 갈 곳 모르는 계절이 속살처럼 만져졌다. 내 그림자가 담벼락에 기대섰다. 집안과 집밖, 양쪽을 지탱하는 중간지대는 역시 담이었다. 그래서 모습은 완강하며 꿋꿋했다. 붓과 페인트를 가져와 조금도 망설임 없이 생명을 그렸다. 훗날 누군가의 동의가 필요할 때 지금 지배적인 공감대의 필요성을 담벼락에 마련해둬야만 했다. 맞다. 꿈꾸는 금붕어 두 마리를 따라가다 보면 바깥을 경험한다는 상당히 위험한 발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가장 도드라지고 퉁탕거리던 어느 날 담을 떠난 위대한 금붕어 유랑이 시작되었다. 나는 그제야 자호천으로 찾아들었다. 익사를 했거나 혹은 터를 삼아 살아남았거나, 금붕어의 유효기간이 만료되기 전까지 서둘러야만 했다. 아직 나는 열정도 있고, 자호천은 겨울이었다. (한관식 칼럼11)
최종편집: 2026-10-30 20: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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