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 전통시장이 휴업을 결정했다. 외지 노점상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리를 지키면서 영천공설시장의 엄연한 자리매김에 볼거리를 제공했는데, 너무나 적막하기 짝이 없게 한산했다. 영천에서 태어나 환갑을 맞이한 지금, 오일장의 희로애락을 나름대로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봤다고 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남이 장에 간다고 하니 거름지고 나선다’ 이 속담의 풀이는 ‘줏대 없이 남을 따라 한다’의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나는 다른 각도에서 해석을 해보고 싶다. 부모님 세대는 그랬을 것이다. 먹을거리, 알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없던 시절에 부모님들은 오일장의 풍성함을 익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옆집에 누군가가 소 팔려 간다고 하면 무작정 따라나서기가 민망해서 뒤꼍에 있는 거름이라도 자루에 담아 쫒았다고 편의상 접근하고 싶어진다. 짊어진 자루에 무엇이 들었냐고 묻는다면, 웃음과 해학과 인심을 짊어지고 간다고 얘기해도 마음은 넉넉했던 한 시절이 아니던가. 그러다가 종일 땅강아지처럼 흙속에 파묻혀 있을 내손을 잡아끌고, 사람냄새 물씬 나는 오일장 한가운데를 구경 시켜준 설렘이여. 지나간 세월은 폐선처럼 끽끽 거리지만 가마솥을 내걸고 소고기국을 한 솥 끓이던 다리 밑 국밥집에서, 미어터지도록 밥술을 뜨던 어린 날도 고스란히 추억 속에 담겨있다. 물론 코로나19은 얼마 있지 않아 자취를 감출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한다. 심각단계로 격상하여 온 국민이 한마음을 똘똘 뭉쳐 전파차단에 매진하는 지금의 각오야 말로, 어느 위치에서도 근육을 키워주는 버팀목이리라. 대처가 원활하지 못했고 늦었다는 것도 안다. 일찍 자축했던 모양새도 안다. 그렇지만 진보와 보수가 지금이라고 함께해야하고 종교계도 너나없이 뭉쳐서 이 난관을, 세계가 지켜보는 국난 극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구경북 봉쇄라는 카드를 꺼내기 전에 중국인의 입국금지가 우선이었다는 사실에 한번쯤 짚고 넘어가고 싶다. 75년 동안 슬픔과 기쁨이 녹아있는 영천공설시장의 쿵쿵 거리는 소리를 듣고 싶고, 보고 싶다. 그래서 아들에 아들이, 쭉 이어진 총총거리는 걸음으로 뒤따르는 모습을 오래오래 물려주고 싶다. 숙주를 찾는 바이러스에게 혼구멍을 내고, 꼬리를 감추고 달아나게 할 오일장의 열기를 곧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이 비단 나 혼자일까. (한관식 칼럼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