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스의 중심처럼 대구로 몰려드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지금 대한민국의 푸른 미래를 열어줍니다.
뻔히 위험에 노출된다거나, 제때 식사도, 제때 잠도, 제때 휴식도 열악하게 주어진다거나, 누구보다도 머리 좋은 당신들이 더 잘 알고 있으면서 어찌하여 차출되었다는 거짓말로 자원하여 대구행에 몸을 실었습니까.
아침부터 밤까지, 밤부터 아침까지 이마에 굵은 주름이 선명하게 드러나서 얼굴은 땀범벅이고, 속옷은 절여진 채로 그간의 힘겨움이 못내 피로로 몰려와 등받이 없는 의자에서 구겨져 쪽잠을 청하는 당신들에게도 정치나 종교는 역시 뒷전이었겠지요.
방호복속은 언제나 바쁘고 날이 선 사명감으로 청청하지만 시간과의 싸움에서 느려지는 자신에게, 한사람의 생명과 한사람의 확진자를 향한 손길이 최선이라는 이름으로 골고루 가닿기를 소원하는 당신들의 뜨거운 열정이 골목길 외등처럼 밝아집니다.
누구처럼 입만 빤지르르 하지 않았고, 같은 편이면 무조건 동조하고, 같은 편이 아니면 무조건 비판하는 이 세태적 오류 앞에서도 자신의 갈 길이 어디인가 분명하게 선택한 당신들의 가슴속 진정한 태극기의 펄럭임이 이 나라의 자양분으로 꽃피워 질 겁니다.
며칠째 라면과 친해지고 응급실 내에 격리되어 세상과 담을 쌓았지만, 응급실이 뚫리면 안 된다는 배수진으로 당신들의 각오는 요술램프 거인을 부르는 주문처럼 희망과 미래가 있는 이 땅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죽으러 가냐는 딸의 만류에도 예순을 맞은 당신들 중 한사람의 행동은 분명했고, 생각은 범상치 않았으며, 장소는 내내 기억될 민초民草의 굽히지 않고 물러서지 않을 생명력에 기반을 둔 ‘대구’라는 집결지에서 신호탄으로 흔들리지 않는 주목으로 시선을 모아 가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수년전 왼손이 절단된 장애로 살아가는 나는 이렇게나마 고마울 뿐입니다.
(한관식 칼럼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