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당에도, 어느 종교에도 속하지 않고 여태껏 살아왔습니다. 그렇다고 몰려다니는 성품을 가진 것도 아니고, 이것저것 눈치 보는 그런 성격도 아니어서 흔들리지 않고 살아 올 수 있었든 것 같습니다. 몇 번 진보냐 보수냐, 정당가입을 부추기는 주변사람들을 만났지만, 썩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내친 적이 있습니다. 종교도 그러고 말았습니다. 아마 단언컨대 앞으로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간을 고집하는 중도 층에 속할 가능성이 누구보다도 큽니다. 가을 운동회 때 청군 백군으로 나뉘어져 열심히 응원을 한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봅니다. 그때 어쩌면 우리는 간과한 사실에 주목을 하게 됩니다. 청군백군만 있는 게 아니라 가장 객관적인 눈으로 운동회에 임하는 심판도 분명히 있어야 합니다. 출발신호와, 누가 일등으로 들어왔는지 일일이 판정해야 할 엄격한 심판의 잣대가 지금 무엇보다도 필요로 할 때입니다. 김어준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에서 코로나 사태는 대구사태이자 신천지 사태라고 언급을 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정파만을 위해 휘두르는 세치 혀를 보면서 참담함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또 누구는 지금 문 대통령 덕분에 다른 지역이 안전하니 대구는 손절해도 된다는 둥 이게 도무지 어느 나라 국민이고 어느 나라 말입니까? 안 그래도 대구의 처한 상황이 심각하여 너나없이 팔을 걷어 부치고 참여하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의 결기에 흠집이 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거기다가 취약계층이 느끼는 불안감은 증폭되어, 쉽게 느낄 수 있는 도시기능의 마비와 사회시스템의 단절은 공포감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지 못할지언정 제발 가마니처럼 가만히 있거나, 아니면 대구도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머릿속 말뚝에 오지게 붙들어 두시라고 당부합니다.
(한관식 칼럼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