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유년의 크리스마스이브는 찾아왔습니다. 선물 욕심으로 걸어둔 양말의 좋은 자리차지는 당연히 맏이 몫입니다. 가급적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양말을 걸어두는 우리는 형제가 많은 북새통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그런 연유로 양말을 당당하게 걸어두지 못하는 유년의 크리스마스이브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산타의 존재를 믿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마음속 소원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선물로 대신해도 내년을 기약하기 때문입니다. 굴뚝으로 들어오는 산타에서 썰매를 끄는 루돌프의 붉고 빛나는 코까지 하염없이 신뢰하던 우리에게 어느 날 맏이가 순수성을 깨뜨리고 맙니다. “세상에는 산타는 없단다.”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지만 철석같이 믿었던 양말안의 선물이 부모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의 동심은 저만치 멀어져갔습니다. 그러나 이순(耳順)을 넘긴 지금 도태되어 흔적만 있다고 생각한 꼬리에서 울림으로 속삭여오듯, 먼 곳의 동심이 가까이 다가오는 기적을 목격하게 됩니다. 부산 파출소 앞에, 회사에서 받은 마스크를 나누고 싶다며 3급 장애인 산타가 마스크11장과 사탕, 손 편지를 두고 갑니다. 내내 먹먹합니다. 대구에 모여든 자원봉사자 산타와 의사 산타, 간호사 산타들의 결기는 경이로워, 온몸이 땀으로 범벅된 모습 속에서도 카메라 앞에서는 화사한 웃음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은 정녕 산타입니다. 각계각층에서 성금과 각종 물품 기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당연히 한 분 한 분의 따뜻한 마음 내면에는 산타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밝은 등불이,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오래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는 맏이가 찾아와서 우리에게 이렇게 들려주길 기대하는 마음이 비단 혼자뿐이겠습니까. “세상에는 산타는 있단다. 그것도 곳곳에, 가장 힘들어서 악악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 짠하고 나타나서 눈부신 미래를 양말 속에 채워주는 우리의 이웃이 바로 산타란다” 이 거칠고 힘든 세상을 함께 헤쳐 나갈, 여기는 대한민국이고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한관식 칼럼15)
최종편집: 2026-10-30 20: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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