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봉된 추억의 마개를 열어보면, 시골이 고향인 게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됩니다. 그중 압권은 누가 뭐래도 빵 치기입니다. 놀 문화도 한정되어있고, 거기다가 그물이나 낚싯대가 흔치않아서 무작정 맨몸으로 우루루 몰려다닙니다. 약속이나 된 것처럼 얕은 강을 기점으로 한바탕 허기진 배를 채울 먹이사냥에 들어갑니다. 아마 추측 건데 원시시대부터 내려왔을 야만적이고 단순한 빵 치기는, 역사와 전통이 오롯이 깃들여져 있다고 누구나 짐작하게 됩니다. 덩치 큰 애들이 힘껏 머리위로 들어 올린 바위가 사정없이, 반쯤 모습을 드러낸 돌멩이 위로 핵주먹을 날릴 때면 덩치 작은 애들은 기절하거나 죽은 물고기를 자신의 고무신 속으로 담습니다. 힘을 쏟는 덩치 큰 애들에 대한 배려로 기꺼이 고무신을 벗어 고기망태기 역할도 아끼지 않습니다. 냇물은 반들반들한 자갈의 틈새를 따라 흐르고 물소리가 참 맑습니다. 그리고 청명하고 투명하며 시립니다. 나는 자호천에서 유년을 보냈습니다. 멱을 감고 물고기를 잡으며 유년의 시간을 살았습니다. 참갈겨니, 돌고기, 기름종개, 치리, 몰개, 수수미꾸리, 뱀장어, 모래무치가 물 반, 고기 반이었습니다. 종아리를 반쯤 걷어 올리고 뛰어 다니다 보면 어느새 바짓단이 흠씬 젖어 버립니다. 덤불에 불을 붙이고 나뭇가지를 올려 화력을 키운 다음, 주먹만 한 우리의 위장을 채울 포획물을 하나 둘 올려놓습니다. 민물 특유의 비린내가 식욕을 부추이고 저녁이 가까이에서 만져집니다. 비로소 한 팀이라는 것이 그때나 이제나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민족은 언제나 분연히 일어서 왔습니다. 단합하고 협력하여 위기극복에 남다른 은근과 끈기가 장착돼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져온 어려움 속에서도 당당하게 맞설 DNA가 끊임없이 솟구쳐 결코 중도에서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오래전 덩치 큰 애들과 덩치 작은 애들이 합심하여 잡은 물고기로 허기를 달래 듯, 국난극복에 한 팀으로 합심하여 세계가 보란 듯이 전진 할 때입니다. 시급한 민생경제 활성화에 주력하여 다시 머리 위까지 높이 들어 올린 바위가 내리칠 때마다 빵빵 경쾌한 소리로 가득하기를, 다들 허리끈을 한 칸 오지게 조여 맨 감동의 순간을 추억으로 만들어 봅시다. 지금은 반드시 힘을 합칠 때입니다.
(한관식 칼럼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