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아름답고, 가치 있는 시선을 받기위한 땀방울은, 끊임없는 각고의 노력이 뒤따릅니다. 여기에 반드시 호명해야 될, 발레리나가 있습니다. 사십 팔세 현역 무용수로 마지막 무대를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성황리에 고별 무대를 가졌습니다. 커튼콜을 끝낸 강수진무용수에게 동료 무용수 30명과 스태프 20명은 차례로 한 송이 장미를 감사의 표시로 전달했습니다. 장내는 숙연함과 눈물로, 그녀에게 무대에서 내려오는 작별인사로 대신해주었습니다. 흔적과 상처와 굳은살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는 그녀의 발 앞에서 모두들 감탄과 경외감으로 눈이 부시게, 한사람의 피와 땀을 미루어 짐작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가슴 속 오래 멈추지 않을 메시지처럼, 힘들어서 멈추고 싶을 때마다 밀봉된 마개를 엽니다. 그녀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도전과 용기를 치명적인 발로 선물해 주었습니다. IMF 외환위기에 빠져있던 대한민국을 향해 희망의 상징이 된 프로골프가 있습니다. 스물 한 살의 박세리는 티샷한 공이 왼쪽으로 감기면서 연못 옆 경사면에 아슬아슬하게 걸리자 오른손잡이인 그녀는 정상적인 스탠스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양말을 벗고 연못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우리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새카맣게 탄 종아리와 너무도 하얀 발이 대비되어, IMF로 힘들어 하던 우리에게 푸른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들었습니다. 연못 안에서 친 공은 페어웨이에 안착했고 우승을 이끈 발화점이 되었습니다. 당시 중계진은 이렇게 평을 했습니다. “이제 박세리 방에는 트로피를 쌓아둘 선반이 필요할 것이라고” 가로막고 있는 벽에서 힘듦이, 어쩌면 더 멀리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힘을 내고 서로를 다독여 전진하는 발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에는 박세리 선수의 흰 발이 있습니다. 그리고 목청껏 외쳐도 결코 뒤쳐짐이 없는, 의료진의 명예 훈장이 있습니다. 반창고와 붕대 등을 이용해 상처를 가렸지만 장시간 착용해서 생긴 코로나19에 임하는 그들의 남다른 각오를 깊은 자국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드러나는 한사람이 아닙니다. 알려진 이름도 없고, 고글과 마스크에 가려져 얼굴도 없습니다. 오직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와 ‘맞짱’을 뜨기 위해 선두대열에 섰을 뿐입니다. 그들도 두려울 겁니다. 그들도 힘들고 피곤할 겁니다. 그들도 갑갑하고 지칠 겁니다. 4월19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선봉에 선 의료진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너나없이 동참하게 된다면, 세계가 주목하고 놀라는 대한민국의 선명성이 성큼 다가오리라 확신합니다. 우리는 늘 그래왔으니까요. (한관식 칼럼18)